Diary

모기

skyey 2007. 9. 6. 22:17
모기가
내 키보드에 앉았다.
책상 위에 있던 책으로 쳤더니
찌부되지는 않고 기절했나 보다.
옛날 버릇이 나와서
날개 한 쪽을 뽑아버리고는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차츰 정신을 차리더니
뒷발이 마비되었는지
앞에 발 네개만 퍼덕거리고 있다.
어렸을 적 같았으면
이놈 불쌍하단 생각 잘 안 들텐데
이것이 왜 이렇게도 불쌍한지,
눈물이 글썽한다.
지금 날아다니는 것이 날 괴롭힐 힘이 있기나 했을까..

날개 뽑힌 모기라..
날개 뽑고 측은해 하는 나는 또 뭐냐.
피차 잔인하게 굴면서 거의 악에 받쳐 사는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