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Heyday
skyey
2007. 2. 26. 00:02
나의 전성기는 중학교 2학년 시절이다.
그 때의 나는 최고였다.
사물에 대한 이해도나 배움의 속도나,
내 주변에 나를 이길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혼자서 멀찌기 앞서 나가기에는 그릇이 작았다.
두려움의 시작이었다.
96년 과학경시 도대회 금상 수상은 헛된 자만을 더욱 크게 했다.
분명, 전국경시대회 준비반의 3학년들은 상상을 불허하는 실력파였지만,
나는 그들을 넘어서려 생각하지 않았다.
상승에 대한 욕망이 부족하였다기 보다는 노력할 줄 몰랐다.
그리고 두려웠다.
그리고 전국대회에서 첫번째 실패를 겪었다.
첫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그 후로 항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의 면죄부를 준비했다.
실제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얼마나 올라섰는지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경쟁에서 져도 마음이 편했다.
중2 도대회 금상의 찬란한 허상이 나를 위로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언제 따져보아도 중2 여름에 비해서는 낮은 위치에 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으니까.
언제부턴가 게으름이 몸에 배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도 잊은 것 같다.
내가 최선을 다한 적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온전한 나를 느끼고 마주하게 된 지 3년.
이제는 노력하지 않는 내가 거짓은 아닐까 의심해 보고 싶다.
능력없음을, 머리나쁨을 들킬까 두려워서 경쟁을 피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잘 할 수 있다.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괴롭고 힘들어도 인정하고 털어버리는 일을 잘 할 수 있다.
나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네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니?